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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디지털 금융의 신뢰는 보이지 않는 톱니바퀴에서 나온다"


이코노믹리뷰 기고 홍성진 인엑스(가상자산사업) 준법감시인

최진홍 기자 입력 2026.09.12 10:00

철도가 처음 놓이던 시절, 사람들은 쇳덩이가 사람을 실어 나른다는 사실보다 “정말로 안전한가”를 먼저 물었다. 오늘날 우리가 기차를 신뢰하는 이유는 속도가 아니라, 산사태와 폭우와 지진에 맞서 백 년간 쌓아 올린 겹겹의 안전망 때문이다. ‘신뢰’는 사고가 안 난다는 막연한 약속이 아니라, 최악의 순간을 막는 방어벽을 얼마나 두껍게 쌓았는가에서 나온다.

가상자산 산업이 지금 그 철로를 놓고 있다. 디지털 자산이 단순 투자 대상을 넘어 일상의 결제와 정산 인프라로 도약해 나가는 미래를 앞둔 지금, 시장은 더 이상 거래량이 아니라 ‘규제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역량’으로 기업을 평가하기 시작했다. 이어질 미래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려면, 규제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작동시키는 촘촘한 통제 체계가 필수적이다. 결국 이 방어벽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기업의 영속과 존폐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.

사진=회사제공

이 설계도를 그리고 지키는 자리가 바로 준법감시인, 곧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다. 과거 컴플라이언스는 사업에 브레이크를 거는 지원 부서로 여겨지곤 했다. 그러나 브레이크가 정밀해야 열차도 비로소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듯, 지금은 준법 체계의 완성도가 곧 기업이 도달할 수 있는 성장의 한계를 결정한다.

우리가 세계적 파트너인 파이어블록스(Fireblocks)의 기관급 수탁, 체이널리시스(Chainalysis)의 정밀한 온체인 분석 솔루션을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. 자금세탁방지(AML)와 컴플라이언스는 한 회사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. 이미 검증된 글로벌 표준을 겹겹이 결합해 자본이 샐 틈을 기술적으로 차단하고, 그 빈틈을 지킬 전문 역량을 체계적으로 더해가야 한다.

그래서 우리는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깊이 다뤄 온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. 이미 돌아가는 시스템을 지키는 데 안주하지 않고, 글로벌 기준에 맞는 자금세탁방지(AML) 체계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일에 끌리는 사람들이다. 규제를 비용이 아니라 정면으로 부딪혀 돌파해야 할 성장의 과제로 보는 이들이야말로, 앞으로의 디지털 금융도시를 설계하는 건축가다.

디지털 자산이 일상의 결제망으로 들어오는 시대, 그 매끄러운 거래의 이면에는 수많은 데이터와 사투하며 방어벽을 세우는 전문가들이 있다. 미래 디지털 금융의 경쟁력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,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뢰를 설계하는 이들의 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. 도시의 안전이 화려한 전광판이 아니라 가장 깊은 곳에 견고한 뼈대를 세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듯, 이 길에 먼저 발을 디딘 사람일수록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임도 그만큼 무겁다. 규제는 혁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아니라, 아무나 넘볼 수 없는 영토를 넓히는 일이다.

무심코 온라인 결제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, 우리가 치른 돈의 가치가 어느 나라의 통제 아래 어떤 레일 위를 달리고 있는지 한 번쯤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. 그 보이지 않는 숫자의 흐름을 감당해 내는 톱니바퀴를 누가 더 정교하게 만드느냐 —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생존 전략이자, 미래 금융의 주도권을 가르는 승부처다.

최진홍 기자 rgdsz@econovill.com
출처 : 이코노믹리뷰 https://www.econovill.com/news/articleView.html?idxno=750587